암흑 속에서 빛을 찾는 어린 사신들 - Phantom : Phantom of Inferno by ZeX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냉장고를 대충 뒤져서 아침을 먹고는 교복을 입는다.

등교길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미소를 담아 인사를 주고받고는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야말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생활.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나이프가 심장을 꿰뚫으면 어떻게 되는지, 납탄이 미간에 박히면 어떻게 되는지를.

인생이란 것이 너무나도 어이없도록 간단히 끝나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무기는 그 모든 공포를 능가하는 슬픔과 분노와 희망.

그것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언젠가 찾아올 속죄의 그 날을 살아서 맞이하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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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금 PC게임으로, 지금은 데몬베인의 애니화를 통해 제법 이름이 알려진 Nitro+의 첫 작품입니다.

'팬텀 오브 인페르노'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게임 잡지에서 였습니다. 당시 PS2 제작에 들어간 게임 리스트에 있었는데, 사실 그 때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죠.
그저 '또 미소녀가 나오는 총기 관련 게임인가'하고 넘어갔을 뿐.

하지만, 군대에서 인트라넷(군 내 전산망. 외부의 인터넷과는 연결되지 않음)에 있는 한 동호회(...사실 별의별 동호회가 다 나옵니다)에서, 'NOIR의 키리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팬텀 오브 인페르노의 아인도 좋아하실 겁니다.'라는 말에 자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군 인트라넷에서 구한 팬텀 오브 인페르노 - 아인 루트 번역본.(......)

주간 업무와 야간 작업 틈틈이 시간을 내서 다 읽어봤는데...

'...물건이다.'


그때까지 해왔던 어떤 게임과도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조금의 희망도, 일상도 없이 시작되는 주인공의 생활.

봉인당한 기억과 이름,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암살 교육.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회가 포착되자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육체.

여권을 통해 이름을 되살리고, 기억을 되살렸을 때.
이미 피를 묻혀버린 자신과,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신 사이에서의 절규.

믿었던 간부에게 배신당하고, 지켜주리라 결심했던 소녀가 있던 방이 폭파되는 것을 보고 느끼는 절망.

신분을 감추고 일상에 녹아들어가 생활하면서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 자그마한 행복.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폭발 속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지금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나타난,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암살자가 되어버린 소녀.
(참고로 그림에 나오는 소녀와는 다른 소녀임.)


...개그 요소 같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총 3부로 나뉘어진 내용 중에서 1부에서는 개그 요소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지요.
그나마 2부와 3부에서는 간간이 나오지만,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그만큼 진지 일변도인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 플레이하기 시작하면 중간에 집어치우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암울함에 질려서 포기하는 건 모르겠지만. -_-a

게다가,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심리 묘사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위에서 말한 내용중, 기억을 되찾고 절규하는 부분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계속 되뇌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즈마... 레이지... 아즈마 레이지, 아즈마 레이지, 아즈마 레이지......
...3학년 D반, 아즈마 레이지......'

이 부분과, 바로 직후에 나오는, 되살아난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뒤엉키는 부분의 묘사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였죠.


3부작 OVA로 제작되었는데, 1편을 본 감상을 말하자면...

'KIN' (...)

...OVA 본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니면서라도 말릴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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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강철의 이빨을 주겠어.

흔들림 없는 얼음의 눈을 주겠어.

공포를 넘어서기 위한, 분노와 슬픔과 희망을 주겠어.

그러니까 싸워. 죽여. 긴 꿈이 끝날 때까지...

언젠가 오게 될 속죄의 그 날을, 살아서 맞이하게 될 때까지.

덧글

  • TIPI 2007/06/25 18:40 #

    밸리에서 들렀습니다

    저의 경우 PS2 한정초회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사전에 미리 잘 알고 산게 아니고, 반쯤 충동적으로 샀었더라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굉장한 작품이었지요 ^^;

    팬텀 전 요소를 모아서 최종발매한 PC 팬텀 인테그레이션이 있는데,
    다 좋은데 PS2판의 그 멋진 음성이 들어가있지 않다는 것이 ㅠㅠ
    그냥 인테그레이션에도 음성을 넣어서 정말 말 그대로 완벽버전을 만들어줬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고 혼자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 ZeX 2007/06/25 19:35 # 삭제

    TIPI // 운 좋게 물건을 건지셨네요. (...)

    저도 인테그레이션을 구하긴 했는데, 한글 윈도우에선 죽어도 설치가 안 되더군요.
    일본어 윈도우 설치하고 재도전할 생각이긴 합니다만... 일윈 설치가 귀찮아져서 원 --;;
  • Adrenaline 2007/10/16 11:07 # 삭제

    저기요 아인루트 번역본 읽다가 포맷했는대 ㅠㅠ 다시 찾으려니 없더군요 시간나시면 sj144@naver.com 으로 보내주세요
  • ZeX 2007/10/16 17:19 #

    Adrenaline// 저도 지금은 번역본이 없습니다. 군대 인트라넷에 올려진 걸 본 터라 --;
    다만 나쯔에님의 홈페이지( http://natsue.byus.net/ )에 소설판이 번역되어 있으니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인 루트를 기본으로 후반부가 약간 변형된 스토리더군요.
  • 월광토끼 2007/12/23 23:16 #

    관련 글을 쓰려고 구글검색으로 자료 찾다 들렸습니다.

    제가 두번재로 해본 야겜이 바로 팬텀 오브 인페르노였었지요. 스토익한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차갑고 건조한 분위기의 게임이었었습니다.
    지금도 명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니트로 플러스의 작품들은 팬텀오브인페르노의 완성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ZeX 2007/12/24 18:50 #

    월광토끼 //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베도고니아 이후로 각본가를 한명 더 영입했는데, 그 분이 맡으신 작품들이 대중적 인기가 좀 많은 편이죠. 데몬베인이라든가...
    그에 비해 팬텀 오브 인페르노와 베도고니아의 시나리오를 맡으셨던 우로부치 겐 씨는 상당히 매니악한 느낌이니 아무래도 좀 --;
    그래도 귀곡가나 사야의 노래를 보면 여전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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