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상대적이다.'
굳이 상대성 이론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인간의 시간 관념을 얘기하며 꺼내면 누구나 수긍하게 되는 말이다. 그리고 앤은 요즘 그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프레이야가 온 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낮에는 학교, 오후에는 카페를 오가며 분주히 돌아다니는 프레이야의 모습을 보며 앤은 시간이 참 빨리 간다고 생각했다. 원래 낯가림이 별로 없는 아이이기는 했지만, 프레이야는 이곳 생활에 별 어려움없이 녹아들었다. 듣기로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고, 카페에서는 어느샌가 마스코트 비슷한 위치가 되어 있었다. 전에는 A-10이 그 역할이었지만, A-10은 입에 반쯤 붙은 독설 때문에 마냥 가까워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던 중 밝고 명랑한, 거기다 귀엽기까지 한 프레이야가 오자 손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개중에는 프레이야만 눈에 들어오면 눈이 충혈되고 콧김을 거칠게 내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프레이야가 없을 때 A-10이 몇명을 공개적으로 '어루만져'주자 이후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 뒤로 프레이야가 종종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선이 느껴진다'고 말해서 앤은 호신술이라도 가르쳐야 하나 생각 중이었다.
그리고 새로 카페에 추가된 '프레이야 스페셜 메뉴' 시리즈로 말할 것 같으면, 호평 85%에 미묘한 반응 15%였다. 생긴 건 이상해도 맛은 좋았고, 약점인 외양에 대해서도 만든 사람이 12살, 그것도 외모만으로는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라고 하자 차마 악평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카페 프레이(PRAY)의 프레이야 스페셜 메뉴는 일대의 명물이 되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이 아직 학생이다 보니, 주문이 가능한 것은 평일에는 저녁 뿐이라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설겆이-가사 중에서 앤이 거의 유일하게 평범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항목-를 하고 있는 앤의 뒤에서 프레이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앤."
"응? 왜 그러니?"
"좀 물어볼 게 있는데요..."
평소와는 다른 주저하는 말투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앤은 설겆이용 고무장갑을 벗어 옆에 두고는 몸을 돌려 프레이야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약간 숙인 프레이야는 양손으로 네모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탁상용 액자 같았다.
"물어볼 거라는 게 그거? 뭔데 그래?"
"방 청소하다가 침대랑 벽 사이의 공간에서 발견한 건데..."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야가 내민 사진을 본 앤은 순간 숨을 삼켰다. 액자에 들어있는 것은 빛이 약간 바랜 옛날 사진. 앤이 기사 교육생 시절, 프레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앤은 알겠는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에요? 나랑 너무 닮아서... 원래는 A-10한테 물어보려고 했는데, 지금 시장 나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사진 하나가 안 보인다 했는데 거기 빠져 있었나 보네."
프레이야에게서 사진을 건네받은 앤은 사진속 프레이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 표정이 너무 애잔해서 프레이야는 더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조용히 사진을 바라보던 앤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거기까지 말한 앤은 고개를 돌려 프레이야를 보고는 앗차 싶었다. 자신이 맡은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가장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프레이야는 부모님을 잃은지 길어야 두달 정도 지났을 뿐이었다. 실제로 프레이야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어두워져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내가 프레이야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그 왜, 프레이야도 부모님을 제일 사랑하고 있지? 그런 쪽이니까 너무 낙담하거나 하지는 마."
앤의 위로에 프레이야는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도리어 앤을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그런데 앤은 괜찮아요?"
"응? 내가 뭐?"
"그 사진 보면서 말할 때 표정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구요. 펑펑까지는 아니더라도 뚝뚝은 될 정도로."
굳이 상대성 이론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인간의 시간 관념을 얘기하며 꺼내면 누구나 수긍하게 되는 말이다. 그리고 앤은 요즘 그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프레이야가 온 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낮에는 학교, 오후에는 카페를 오가며 분주히 돌아다니는 프레이야의 모습을 보며 앤은 시간이 참 빨리 간다고 생각했다. 원래 낯가림이 별로 없는 아이이기는 했지만, 프레이야는 이곳 생활에 별 어려움없이 녹아들었다. 듣기로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고, 카페에서는 어느샌가 마스코트 비슷한 위치가 되어 있었다. 전에는 A-10이 그 역할이었지만, A-10은 입에 반쯤 붙은 독설 때문에 마냥 가까워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던 중 밝고 명랑한, 거기다 귀엽기까지 한 프레이야가 오자 손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개중에는 프레이야만 눈에 들어오면 눈이 충혈되고 콧김을 거칠게 내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프레이야가 없을 때 A-10이 몇명을 공개적으로 '어루만져'주자 이후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 뒤로 프레이야가 종종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선이 느껴진다'고 말해서 앤은 호신술이라도 가르쳐야 하나 생각 중이었다.
그리고 새로 카페에 추가된 '프레이야 스페셜 메뉴' 시리즈로 말할 것 같으면, 호평 85%에 미묘한 반응 15%였다. 생긴 건 이상해도 맛은 좋았고, 약점인 외양에 대해서도 만든 사람이 12살, 그것도 외모만으로는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라고 하자 차마 악평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카페 프레이(PRAY)의 프레이야 스페셜 메뉴는 일대의 명물이 되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이 아직 학생이다 보니, 주문이 가능한 것은 평일에는 저녁 뿐이라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설겆이-가사 중에서 앤이 거의 유일하게 평범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항목-를 하고 있는 앤의 뒤에서 프레이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앤."
"응? 왜 그러니?"
"좀 물어볼 게 있는데요..."
평소와는 다른 주저하는 말투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앤은 설겆이용 고무장갑을 벗어 옆에 두고는 몸을 돌려 프레이야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약간 숙인 프레이야는 양손으로 네모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탁상용 액자 같았다.
"물어볼 거라는 게 그거? 뭔데 그래?"
"방 청소하다가 침대랑 벽 사이의 공간에서 발견한 건데..."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야가 내민 사진을 본 앤은 순간 숨을 삼켰다. 액자에 들어있는 것은 빛이 약간 바랜 옛날 사진. 앤이 기사 교육생 시절, 프레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앤은 알겠는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에요? 나랑 너무 닮아서... 원래는 A-10한테 물어보려고 했는데, 지금 시장 나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사진 하나가 안 보인다 했는데 거기 빠져 있었나 보네."
프레이야에게서 사진을 건네받은 앤은 사진속 프레이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 표정이 너무 애잔해서 프레이야는 더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조용히 사진을 바라보던 앤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거기까지 말한 앤은 고개를 돌려 프레이야를 보고는 앗차 싶었다. 자신이 맡은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가장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프레이야는 부모님을 잃은지 길어야 두달 정도 지났을 뿐이었다. 실제로 프레이야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어두워져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내가 프레이야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그 왜, 프레이야도 부모님을 제일 사랑하고 있지? 그런 쪽이니까 너무 낙담하거나 하지는 마."
앤의 위로에 프레이야는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도리어 앤을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그런데 앤은 괜찮아요?"
"응? 내가 뭐?"
"그 사진 보면서 말할 때 표정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구요. 펑펑까지는 아니더라도 뚝뚝은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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